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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금대출, 막은 건 규정이 아니었다

    잔금대출, 막은 건 규정이 아니었다

    입주일은 이미 정해졌는데 은행 창구가 닫혔다는 말을 듣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 많다. 잔금대출을 두고 7월 28일 오후 4시, 금융위원회가 5대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 모았다. 그 회의에서 올해 입주를 앞둔 신축 단지의 잔금대출을 가계대출 총량에서 빼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됐다.

    자료를 읽다가 걸린 문장은 따로 있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하루 전 토론회에서 "사실 규정상으로는 당연히 대출이 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 것이다. 규정이 막은 게 아니라 은행이 총량을 맞추려고 추가로 더 조였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지난 몇 주 동안 잠 못 잔 사람들은 규정에 걸린 게 아니라 은행의 몸 사리기에 걸려 있었다.

    지금 정해진 것과 아직 안 정해진 것을 먼저 가르고, 은행이 실제로 들고 온 돈이 얼마였는지, 총량에서 빠져도 여전히 남는 규제가 무엇인지, 잔금을 못 내면 돈이 어떻게 새는지, 그리고 같은 이름을 쓰지만 이번 예외와 무관한 경락잔금대출까지 차례로 적는다.

    1. 잔금대출 총량 제외, 7월 28일에 정해진 것과 안 정해진 것

    잔금대출 총량 제외, 7월 28일에 정해진 것과 안 정해진 것

    정해진 것은 방향이고, 안 정해진 것은 날짜다. 금융위원회는 주택 공급과 직접 연결된 집단대출 세 가지 — 잔금대출, 중도금대출, 이주비대출 — 을 총량 관리와 별도로 다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올해 입주가 코앞인 신축 단지의 잔금대출을 연간 총량에서 빼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됐다.

    대신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1.5%는 수정 없이 그대로 지킨다고 금융당국은 분명히 했다. 총량을 손대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판단이다. 예외를 늘리되 그릇은 안 키우겠다는 얘기다.

    숫자로 보면 이 예외의 무게가 보인다. 7월 23일 기준 5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148조3451억원으로, 전체 주택대출 616조9035억원의 24%다. 4분의 1을 총량 밖으로 빼는 결정이니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도 짐작이 간다.

    관련 발표와 보도자료는 금융위원회 누리집에 올라온다.

    https://www.fsc.go.kr

    2. 아파트 잔금대출이 막힌 진짜 이유는 은행 한도였다

    아파트 잔금대출이 막힌 진짜 이유는 은행 한도였다

    규제 조항이 아니라 은행이 배정한 금액이 문제였다. 경기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는 2178가구 규모에 일반분양만 1234가구인 단지다. 입주는 8월 18일부터 10월 19일까지고, 잔금대출에는 하나은행을 포함해 금융사 6곳이 참여했다.

    인근 중개업소가 전한 계산은 이렇다. 조합원 물량을 뺀 1300여 명에게 필요한 대출금이 최소 6500억원인데, 은행들이 들고 온 금액은 100억~200억원 수준이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은행 한 곳당 수십 명만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7월 24일 하나은행은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았고, 그날로 접수가 끝났다.

    같은 일이 평택 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와 브레인시티 로제비앙&엘가 더퍼스트에서도 벌어졌다. 올해 하반기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8만6352가구이고, 당장 8월에만 1만4342가구가 들어간다.

    3. 총량에서 빠져도 스트레스 DSR은 그대로 남는다

    총량에서 빠져도 스트레스 DSR은 그대로 남는다

    총량 제외는 은행의 대출 여력을 늘리는 것이지, 내 한도를 늘려주는 게 아니다. 이억원 위원장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더 풀어달라는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수도권 스트레스금리 3%, 지방 0.75%로 이미 차등을 뒀는데 이것까지 없애면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담보인정비율도 그대로다. 수도권은 40%, 지방은 70%다. 지방을 더 완화해달라는 건의에는 다른 부분을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했다.

    그러니 창구가 열려도 계산은 다시 해야 한다.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마이너스통장이 전부 원리금에 들어가 소득 대비 비율을 밀어 올린다. 실제로 신용대출 2000만원대를 먼저 갚고 한도가 4000만원 가까이 늘어난 사례가 후기로 돌아다닌다. 대출을 하나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이, 은행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시간보다 짧을 수 있다.

    4. 잔금을 못 내면 이자가 두 번 붙는다

    잔금을 못 내면 이자가 두 번 붙는다

    연체이자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발생한다. 입주 기간까지 잔금을 못 내면 그것대로 연체이자가 붙고, 중도금대출을 기한 안에 갚지 못하면 거기에도 따로 연체이자가 붙는다. 중도금은 보통 잔금대출로 전환하면서 갚는데 그 전환이 막히니 이자가 두 번 새는 것이다.

    매교역 팰루시드의 중도금 상환 기한은 11월 30일이다. 입주가 8월 18일 시작이니 사이가 석 달 남짓이다.

    돈만 새는 게 아니다. 재개발 사업의 시행자인 조합은 계약서에 정한 기한까지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조합원도 안전하지 않다. 조합원 분양가보다 종전 주택 평가액이 낮으면 그 차액만큼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이 돈도 보통 잔금대출로 해결한다.

    입주예정자 대화방에서 나온 말은 더 구체적이다. 기존 집에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기로 돼 있어 8월에 입주를 못 하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5. 경락잔금대출은 이번 예외에 들어가지 않는다

    경락잔금대출은 이번 예외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름은 같아도 성격이 다른 대출이다. 이번에 총량에서 빼는 쪽은 분양 단지의 집단대출, 그러니까 중도금과 이주비와 입주 잔금이다. 법원 경매에서 낙찰받은 집을 담보로 잔금을 마련하는 경락잔금대출은 여기 없다.

    한도 계산 방식부터 다르다. 감정가의 60~70%와 낙찰가의 80%를 각각 계산해 둘 중 낮은 금액이 실제 한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감정가 6억원짜리를 4억5000만원에 낙찰받으면 양쪽 다 3억6000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소액임차보증금을 빼는 방공제가 걸리면 더 줄어든다.

    금리도 다르다. IBK저축은행의 경락잔금대출은 연 6.79%에서 연 10.00%, 세람저축은행은 연 6.60%부터로 공시돼 있다. 스트레스 DSR은 여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경매는 대금 지급 기한이 짧다. 낙찰받고 은행을 찾아가는 순서로는 늦으니, 입찰 전에 2~3곳에서 예상 한도를 미리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하다.

    한 달 사이에 이 문제가 뒤집힌 과정을 보면서 남은 생각은 하나다. 규정대로면 나왔어야 할 돈이 은행의 몸 사리기 때문에 막혔고, 그걸 푸는 데 대통령이 참석한 토론회와 부행장 소집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터졌을 때 이 사람들은 또 무엇을 기다려야 하나.

    자주 묻는 질문

    Q총량에서 빠지면 잔금대출이 자동으로 나오나?

    잔금대출은 총량에서 빠져도 개별 심사를 다시 통과해야 나온다. 총량 제외는 은행이 내줄 수 있는 총액을 늘리는 조치이고, 소득과 기존 부채를 보는 심사는 그대로다.

    Q지금 막혔는데 2금융권으로 가면 되나?

    올해 총량 규제는 전 금융권에 적용돼 2금융권도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 2021년에는 은행권에만 적용돼 우회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Q세입자를 구해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면 되지 않나?

    수도권에서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혀 있어 이 방법도 쓰기 어렵다. 규제를 풀어달라는 건의에 금융위원장은 갭투자 문제와의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Q이주비대출도 달라지나?

    이주비대출은 담보 기준을 종전 주택에서 신축 주택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금은 종전 주택 감정평가액에 담보인정비율 40%를 적용하는데, 기준이 바뀌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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